내겐 장면인 것이 당사자들에게는 서사인 순간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하나도 우습지 않은 대목에서 웃거나, 생각지 못한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을 쏟아 당황한 경우도 있다. 오래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그(녀)가 왜 우는지 알 도리가 없는 나는 가만히 기다리다 눈물이 잠잠해질 때 쯤 장면에 얽힌 사연을 듣곤 했다. 누구나 가슴 속에 그런 사연 하나쯤 품고 살 듯, 우리 현대사는 국민들의 가슴에 크고 작은 서사들을 남겼다. 광주는 그것들 중 손꼽는 슬픔의 서사다. 뜻하지 않게 치른 5월 장미 대선. ...
“상대방이 무고를 정말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무고는 정말 큰 죄다” 얼마 전 성폭행 가해자로 고소당한 남성연예인이 경찰에 출두하면서 한 말이다. 조사 결과 그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상대 여성은 무고로 기소되었다. 지난해에는 유독 유명 남성연예인에 대한 성폭행 고소 사건이 많았다. 고소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이들은 성폭행범으로 취급되었으나 대부분 무혐의 처리되었다. 하지만 성범죄 피해여성에 대해 무고죄 적용을 반대하는 여성운동가는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면 말고’식의 고소를 하느냐”고 항변한다. 무고의 피해를 경험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오해영) 은 집안, 외모, 직장 모든 게 평범한 서른 둘 여성 해영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다룬 코미디물이다. 남주 박도경(에릭)은 여주 해영(서현진)한테 자꾸 뭘 준다. 오해하지 말라고, 널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아니라 “있던 거”라고 툭툭 던지는데 무심함의 탈을 쓴 달달함에 쓰러지고 만다. 태후가 쓸고 지나간 자리 더 이상 설렐 가슴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웬열, “있던 거야”가 다시 여심을 저격하는 중이다. 오해영의 인기 비결은 여러 가지지만 특히 여주 캐릭터를 청승가련 신데렐라로 그리지 않고 매력...
강의를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몸)무게 있는 역사학자 한홍구 선생의 강의는 재미있다. 워낙 박학하고 순간순간 재치있는 드립을 많이 치기 때문에 무겁고 아픈 현대사 얘기를 시종일관 웃으면서 듣는다. 여러 차례 선생의 강의를 들으면서 많이 웃었지만 딱 한 번 눈물이 펑펑 쏟아진 적이 있다. 계엄군이 발포를 준비하던 80년 5월 27일의 광주. 도청의 시민군은 계엄군의 진압을 예상하고 그 전날 저녁부터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여성과 학생들을 보냈고, 두려운 사람도, 사정이 있는 사람도 모두 떠날 수 있도록 했다. 울면서 돌아간 ...